전편 <사이카티>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도시로 떠났던 마사이족 소녀 사이카티가 학사모를 쓰고 고향 마을로 돌아오며 영화는 시작된다. 학업을 마친 그녀는 정해진 남자와의 결혼 대신 비행기를 타고 응급환자들을 구하는 의사가 되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에게 일어났던 일이 다른 이들에게 생기지 않게 하는 마음에서이다. 하지만 도시로 돌아간 사이카티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시골 출신이라는 이유로 동료 학생들은 사이카티를 무시하고 모함하며 곤경에 빠뜨리고, 처음 사귀어보는 도시 남자는 그녀를 배신하고, 여성들을 무시하는 시선들은 곳곳에 숨어 있다.
 케냐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던 <사이카티>의 후속편인 <날으는 의사 사이카티>에서 안느 문가이 감독은 가난한 시골 소녀였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자아실현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지워지는 편견과 장애를 문제화시킨다. 하지만 이를 딱딱하거나 무겁게 다루는 대신 개인 성공담이라는 대중적 방식을 통해 풀어낸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들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한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과는 달리 사이카티의 꿈은 가족, 친지, 동료 및 선배 여성들의 도움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감독은 여성의 권리 그리고 사회 발전이라는 문제의 해결점을 더 많은 대중과의 만남이란 접점을 통해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최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