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역사적 주체로서의 여성적 삶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재고하기 시작했을 때, 여성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존재는 바로 어머니일 것이다. 친밀함과 신뢰가 깊을수록 갈등과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관계, 어머니와 딸. 미쉘 시트론의
 <딸이 되는 절차>는 어머니와 딸 사이에 흐르는 애증을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묘사하였다.
 <딸이 되는 절차>는 홈 무비와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두 가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감독의 어린 시절이 담긴 홈 무비는 느린 속도로 처리되어, 특정한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섬세하게 처리된 이미지는 내레이션과 미묘하게 충돌하는데, 이러한 긴장감은 그동안 감춰두었던 가족 내 갈등을 조금씩 드러내는 과정과 맞물리면서, 실제 화면이라기보다는 무의식의 흐름을 시각화한 듯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다른 하나는 스테파니와 매기라는 두 자매가 자신들의 어머니에 대한 극단적인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이것은 연출된 것이다. 이러한 스타일적 실험은 어머니와 딸이라는 여성들의 모순적 관계를 정서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나아가 실제를 전달한다는 다큐멘터리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김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