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아스 라인>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마를린 호리스 감독의 다음 선택은 버지니아 울프 원작인 <댈러웨이 부인>이었다. 강렬한 캐릭터들과 여성주의 이슈, 그리고 바넷사 레드그레이브라는 배우와의 작업은 호리스 감독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영화는 하루종일 파티를 준비하는 주인공 클라리사 댈러웨이와, 정신병원에 갇히기를 거부하며 마침내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셉티머스의 자살을 큰 축으로, 특정한 플롯 없이 하루 동안 중심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중년에 들어선 클라리사는 정치가의 아내로, 완벽한 안주인의 소임을 다하며 화목한 가정을 이룬 듯하지만 30년 만에 재회하는 피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던 선택과 자신이 가지 않으려 했던 길,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이 감수해야 했던 결핍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영화 내내 한 번도 만나지 않던 클라리사와 셉티머스는 그녀의 파티가 한창인 순간 그녀가 그의 자살소식을 접하면서 유일하게 만나게 되는데 이는 우리네 삶이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환기시킨다. 연기자들의 호연과 특히 바넷사 레드그레이브의 섬세한 내면연기가 빛을 발하는 수작. (임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