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터급 세계 챔피언인 미쉘 아보로는 계약사와 법정 투쟁을 하고 있다. 계약사는 21전 21승 18 케이오승을 거둔 미쉘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에 방송되기에는 미쉘이 너무 복싱을 잘하고, 따라서 여성 복싱선수로서는 그리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다이크이며 백인과 흑인의 혼혈이라는 점을 당당하게 말하는 미쉘에게 계약사는 가부장제가 요구하고 규정한 ‘여성’ 이미지를 요구한다. 이 여성이란 누드 사진을 찍어서 남성팬들을 모으며 화장을 한 인공적인 얼굴과 유순하거나 어설픈 몸짓으로 남성들에게 어필하는 이미지를 말한다. 남성의 환상으로 만든 가부장제 자본주의에서의 ‘여성’은 현실의 강인한 비이성애 여성인 ‘미쉘’에게 맞지 않는 것이다. 영화는 현실의 여성에게 바로 ‘여성’이라는 것 자체가 굴레이자 속박이 되는 상황을 미쉘을 비롯한 체급별 여성 복싱 세계 챔피언들의 이미지와 인터뷰를 보여주면서 지배적인 가부장제 사회가 원하는 여성의 전형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서 영화는 여성마저도 같은 여성을 남성보다 더 무서워하고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성’을 스포츠 산업을 경유해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