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갑자기 파산하거나 백만장자가 된다면 당신의 애정전선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눈을 가린 채 촉각만으로 당신은 벌거벗은 당신의 연인을 찾아 낼 수 있을까? 사랑에 있어서 지극한 친숙함이 견딜 수 없는 지겨움으로 다가오는 순간,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흥미로운 대답을 담고 있는 영화.
 우리에게는 <파니 핑크>로 잘 알려진 도리스 되리의 이 영화는 하룻밤 사이에 세 커플이 그려 보이는 변화과정을 통해서 사랑을 둘러싼 감정과 관계의 문제들을 기억, 감각, 욕망과 같은 여러 측면에 걸쳐서 세밀하게 진단한다.
 최근에 헤어졌지만 아직까지 이별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에밀리아와 펠릭스. 주식 투자가 성공하면서 한 순간 백만장자가 되어 버린 딜런과 샤를로트. 겉모습은 무난해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알 수 없는 불만족에 시달리는 보리스와 아네트. 서로 친구 사이인 세 커플은 딜런과 샤를로트의 초대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커플들 내부의 그리고 커플들 간에 가로놓여진 갈등과 불만들이 터져 나온다. 나름대로의 치기와 오만에 사로잡힌 그들은 벌거벗고 눈을 가린 채 파트너를 찾아 내는 게임을 하게 되는데, 뜻밖의 결과가 발생하면서 그들 모두는 사랑과 믿음 그리고 성공과 행복의 함수관계에 대한 혼란 또는 깨달음에 직면하게 된다. (주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