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이국적인 세팅과 의상, 거칠지만 자극적인 에로티시즘, 그리고 여성들의 액션활극에 담아서 전개시킴으로써, 호러, 에로, 액션이 뒤섞인 B급영화의 독특한 매력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
 과거 공부를 위해 산사를 찾아가던 남자 주인공(방수일 분)은 주막을 지키고 있던 노파의 권유로 산 속에 있는 대저택의 여자와 혼례를 치르게 된다. 그녀는 송나라에서 온 규수로 한 대감의 첩이었지만 지금은 시녀와 단 둘이 살아가는 여화(도금봉 분). 공부도 멀리한 채 그녀의 끝없는 유혹과 그칠 줄 모르는 열정에 빠져 있던 그는 물에 빠져 죽어 가는 한 여자를 우연히 살려 주게 되고 그녀로부터 여화가 소박맞고 죽은 귀신으로 저승에 가기 위해 그와 백 일 동안 동침하려고 한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 때부터 여화에게서 벗어나려는 그의 필사적인 노력이 시작되지만, 결국 여화를 영원히 잠재우는 역할은 부처님의 계시를 받고 남편을 구하기 위해 나선 그의 아내 몫이 된다.
 도금봉이 연기하는 여자 흡혈귀는 더없이 사악하고 비천한 존재로서 혐오감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녀의 거침없는 유혹과 육체적 에너지는 비상한 카리스마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선한 주인공보다 그녀와 더 동일화하도록 만드는 역설을 빚어 낸다. (주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