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늘 방황하는 조이, 가수로 성공하고 싶은 캐티, 다른 남자와 동거하는 전남편을 사랑하는 실비아, 그리고 매년 아이를 낳아야 하는 전업 주부 마리테스. 이 영화는 대학을 갓 졸업한 4명의 필리핀 중산층 여성의 삶을 통해 군사독재, 동성애, 매춘, 낙태 등으로 얼룩졌던 당시 필리핀 사회의 문제를 담담하게 보여 준다. 사랑과 성공을 위해 때로는 비굴하게, 때로는 용감하게 살아야 했던 이들은 여성에게 가해진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시험하며 자신들의 삶을 개척한다.
 구타, 강간 등 주로 여성문제를 소재로 영화를 많이 만들었던 마릴로 디아즈-아바야 감독은 이 작품에서 변화하는 사회와 가족의 역학 속에서 살아가는 20대 필리핀 여성들의 용기와 자존, 자매애 등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그려 냈다. (임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