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각각 어머니와 딸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어린 소녀의 성장영화로 보아도 무난할 것이다. 예를 들어 첫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는 지체장애자인 아버지를 도와 구걸을 하고 있다. 엄마는 그런 남편에게 전혀 애정을 못 느끼고 방황한다. 소녀는 부모가 싸우는 것을 춤추고 있는 것으로 상상하지만 이런 성장배경을 가진 소녀가 사춘기에 접어든 두번째 에피소드에 이르면 어머니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도용하면서 자기 자신을 잊고 싶어하는 17세 소녀에게 엄마란 차라리 세상에 없느니만 못한 존재가 된다. 그녀는 집을 나와 한 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유부남과 불륜의 사랑을 하는 등 점점 자아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이미 30대가 된 여인은 병든 어머니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려 한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아마도 딸도 엄마와 같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나비가 그들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비는 변화를 의미한다. 그들은 항상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나 자식은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형식과 내용을 묘하게 비틀면서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천착한다. 여주인공이 아이를 씻기면서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희망적이고 밝은 장면이다. (배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