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 하의 중국에서는 인민의 생활과 고용안정을 국가가 보장해왔다. 그러나 80년대 초부터 급속하게 진행된 개방, 개혁의 새로운 윤리는 더 이상 과거의 신념을 최우선으로 삼지 않는다. <행복의 거리>는 ‘신구(新舊)의 질서와 가치관’이 기득권을 놓고 갈등하는 와중에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구시대의 퇴물로 전락해가는 삶의 모습과 그에 대한 분노를 매우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민을 위한 복무’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살아온 제철공장의 노동자, 류 스지에는 모범적인 노동자로서 상부의 신임과 동료들의 존경을 받아왔으나 공장의 경영난으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자긍심에 상처를 입고 가족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이곳저곳을 방황하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노름판에도 기웃거려보고 호텔 화장실에서 직업을 구해보기도 하지만 새로운 현실에 융화도리 수도, 타협할 수도 없다. 한 가족의 내부에서 이런 남편과 성장기에 있는 딸 그리고 뒤늦게 사랑에 빠져버린 시어머니 등을 담담히 지켜보던 아내, 홍꾸앙은 뒤늦게야 남편의 실직 사실을 알게 되고 사방으로 남편을 찾아다니다가 노점에 자전거 수리상을 차린 스지에를 발견한다.
 <행복의 거리>는 평범한 이야깃거리와 일상에서 드러나는 익숙한 이미지들을 통해 중국 현대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은유적으로 고발하는 한편, 오늘을 살아가는 중국의 전형적 노동자 가정에 대한 애틋함과 신뢰감을 드러내는 현실주의 풍의 작품이다. 특히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사용된 홍 꾸앙의 내면독백을 통해 관객은 긍정적이고 건강한 중국의 여성상과 만나게 된다. (도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