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4만년 후 우리 시대의 유적에서 바비 인형을 발굴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후손들은 바비 인형을 통해서 우리 시대의 정신성 또는 상상력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바비인형의 제국>은 그 작업을 오늘로 끌어당겨 11인치 반 인형을 둘러싼 우리의 상상과 문화산업 그리고 바비가 여성들과 맺고 있는 관계와 영향 등을 탐사한다.
 <바비인형의 제국>은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완벽한 여성에 대한 모델로 그리고 막대한 시장을 가진 문화생산품으로 변화해가는 바비의 연대기를 기술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 영화는 바비 예찬자, 바비를 갖고 노는 어린아이, 바비 수집가, 바비 몸매에 강박증적이었던 전직 모델, 바비 인형을 주요 오브제로 작업하는 행위예술가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가 현대의 아이콘인 바비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어린 동시에 비판적인 태도를 다양한 바비의 현존들 속에서 고찰한다.
 이 영화는 바비의 남자친구 켄에게는 페니스가 없으며 미국에는 인구수보다 많은 바비 인형이 존재한다는 사실 등 바비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바비의 전기이자 바비가 주인공인 재미난 다큐멘터리이다. 우리가 바비를 모방하는가 또는 바비가 우리를 모방하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언제나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육체 규격을 강제하는 바비를 비방하지만 사실 바비는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판타지를 우리의 상상 속에서 훔쳐와 자신의 몸으로 체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