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는 척추불구자 소설가인 남편을 대신하여 신문사로 원고를 배달하는 여성을 통해 사회적 욕망과 개인의 자유를 꿈꾸는 상상의 영토를 제공한다. 남편의 연애소설은 인기가 없다. 남편이 실토하듯 “내 작품의 여인은 너무나 의지적”이고 “사람들은 그 여인의 부정을 강요하고”때문이다. 아내는 한국전쟁에서 성불구가 된 상이용사와 결혼하여 소설 같은 삶을 꾸려왔지만 이를 모델로 한 남편의 소설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외면당한다. 독자들의 요구는 아내에게 전해지고 젊은 사진기자와 사랑에 빠진 아내의 결단은 자신의 결혼생활과 남편의 소설의 향방을 모두 가늠할 열쇠로 부각된다.
 이만희 감독의 <귀로>는 서울역, 광화문과 경인선 철도 등 60년대 서울의 풍경 속에 아내의 심리적 갈등을 아로새긴다. 이념과 욕망 사이에서 번민하는 아내의 내면이 시각적인 기제를 통하여 전달된다면 허약한 남성성을 감추기 위해 한국 전쟁의 망령 속에 자신을 가두어두는 남편의 내면은 음향의 효과적인 사용을 통해 전달된다. 멜로드라마와 모더니즘을 만나게 하는 영화 <귀로>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으로까지 연장되는 감각의 총체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남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