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직원 유이수는 자지도 먹지도 않고 상시 노동이 가능한 일꾼 로봇 엠마와 경쟁해야 하는 신세다. 눈가가 거뭇해지도록 일해도 로봇보다 못하다며 사장에게 해고 위협을 받자, 유이수는 경쟁자를 없애고자 엠마를 공격한다. 하지만 둘 다 대체 가능한 소모품처럼 취급될 뿐인 현실을 깨달으면서, 두 여성의 갈등은 연대로 진화한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근미래라는 SF영화의 설정, 대화 자막(intertitle)과 과장된 슬랩스틱이 어우러진 흑백 무성영화의 양식, 무술영화처럼 연출된 액션과 〈델마와 루이스〉(1991)를 떠올릴 수 있을 장면 및 제목까지, 다양한 영화 장르에 대한 애정 어린 헌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황혜림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