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극〉은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와 그 영화적 공간의 소멸에 바치는 헌사의 영화다. 소년은 할아버지와 극장에 간다. 극장에선 늘 낡은 고전영화를 재상영한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비디오와 필름 등 영화를 구성했던 물성의 허름함은 낡은 벽지, 벗겨진 페인트, 번진 물 자국 등 몰락해가는 극장에 각인된 시간의 흔적으로도 비유된다. 끊겼다 재상영되는 영화는 종잡을 수 없어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가 하면 시작이 끝이 되고 끝이 시작이 된다. 사라지고 허물어져 가는 것들과 그 시간의 지층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이들을 재구축하는 과정이 서로 다른 편집본의 영화 혹은 탈영병과 소년의 숨바꼭질 과정처럼 얽혀든다. [송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