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기누요는 일본영화를 대표하는 대배우이지만, 일본영화의 황금기 장편 극영화 여섯 편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1953년에 연출한 다나카 기누요의 첫 번째 작품 <연애편지>는 당시 인기 작가 니와 후미오의 원작으로,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기노시타 게이스케가 각색, 나루세 미키오가 시나리오를 완성했으며, 두 감독의 스태프들이 이 영화 제작에 많이 참가했다. 다나카 기누요가 여성 감독으로서의 뛰어난 연출력을 발휘하는 것은 <가슴이여 영원히 The Eternal Breasts>(1955)지만 이 작품에서도 그 단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역사나 사회 상황에 농락당하는 여자 주인공에 대한 공감이다.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은 패전 후의 혼란기에 미군과 결혼했다는 과거를 옛 애인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고뇌한다. 원작 소설에서는 그의 과거를 알고 고뇌하는 남자 주인공의 시각이 우선되지만, 영화에서는 여자 주인공에 초점을 맞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또한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쫓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포착한 시부야의 장면, 여자 주인공의 과거를 알 수 있는 메이지 신궁의 장면 등 다나카 기누요가 고집한 로케이션 촬영과 그의 역동적이고 섬세한 연출이 시간을 뛰어넘어 복원판에서 멋지게 되살아난다. [사이토 아야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