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제목처럼 크게 둘로 나뉜다. 전반부에서 “수프”가 가리키는 것은, 마늘의 비중이 매우 높고 밥이나 라멘을 별도로 말아 먹는 방식이 다소 낯설지언정 삼계탕이다. 그 긴 조리 시간과 “우아하게 먹기 힘든” 모습이 세 차례에 걸쳐 반복되는데, 이 과정에서 국적이 다른 세 사람, 즉 감독 본인(남한), 모친(북한), 남편(일본)이 유대감을 쌓아 간다. 하지만 기실 친밀한 순간은 모친과 남편 사이에 더 집중된다. 모녀는 “돈 문제로 싸”우기도 하고 감독은 “어머니가 부담스러웠다”는 고백을 하기도 한다. 이 갈등은 감독의 전작들에서 자세히 소개된바 그야말로 “이데올로기” 때문이나, 정확하게는 모친이 “그렇게까지 북한을 지지”하는 연유가 이해되지 않는 데 기인한다. 그리하여 영화의 후반부는 제주도 방문을 계기로 감독이 “4·3을 알고 나니까 엄마를 탓하지 못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여기서 이해는 모친의 직접적인 설명을 통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치매 진단을 받은 모친은 전반부에 비해 말수조차 부쩍 줄었다. 대신 카메라는 감독과 모친을 한 프레임에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두 사람 간 일종의 전이가 이해의 바탕에 있지 않은지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이후, 감독은 북한에 거주하는 조카의 편지를 받고 장문의 답장을 쓰지만 부치지 못한다. 맥락도 맞지 않는 엉뚱한 비약일지 모르겠으나, 감독과 조카가 이렇게 다시 한 프레임에 담기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이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