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의 뉴질랜드. 집 없이 일일 노동자로 살아가는 여성 버니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을 국가에 빼앗기다시피 했다. 아이들은 국가가 연계한 위탁 가정에 맡겨졌고, 버니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범죄와 범죄가 아닌 일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할까? 예를 들어, 딸과 아들을 벌써 만난 상황에서 다시 만나러 가는 일은 범죄인가? 최소한 국가는 이를 위법이라고 판단한다. 버니는 이 만남을 실행에 옮기고, 스릴 넘치는 사소한 범죄부터 시작된 버니의 범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버니가 가족과 함께 만나기 위해, 함께 사랑하며 살기 위해 벌이는 일은 수많은 경찰을 상대로 한 인질극으로까지 이어진다. 버니가 범죄를 저지르며 맞서려는 상대는 한 국가의 시스템이고, 이는 개인인 버니가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거대하다. 영화는 버니의 강렬한 드라마를 따라가면서, 법의 보호망 아래에 있기보다는 위법이라고 판단받는 위치에 있는 한 여성의 부당한 현실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 영화는 범죄와 범죄가 아닌 일의 경계는 그저 국가의 시스템이 임의로 정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최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