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자들이 포효하는 언덕>의 무대는 코소보다. 한때는 유고슬라비아의 일부였고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전쟁과 이후의 독립 선언, 그 뒤의 불안한 상태만이 간신히 기억되는, 이슬람 신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유럽의 작은 국가이다. 하지만 영화는 정치적 상황보다는 코소보의 작은 마을에 사는 세 젊은 여성을 둘러싼 억압적인 환경에 주목한다. 주인공들의 꿈과 야망은 아무도 들어 주지 않고, 출구 없는 지루함과 고립감을 견뎌 내지 못한 이들은 마침내 갱을 결성하고 범죄에서 출구를 찾는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은 해방감과 자유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이 작품의 감독 겸 작가이고 극중에서, 프랑스에서 온 레나를 연기한 르와나 바즈라미는 우리나라에서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의 하녀 소피로 알려진 배우이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외부인 관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영화는 심지어 이에 대해서도 정직하게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바즈라미의 이 장편 데뷔작에는 2001년생 창작자가 같은 세대 젊은 여성들과 교감하며 만들어 낸 작품의 현장감이 있다. 무엇보다 어느 지역, 어느 시대를 가더라도 젊은 여자들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삶의 조건이 있고 영화는 이 어두운 보편성을 짚는다. [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