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손녀가 일흔 살 할머니의 하루를 애정 어린 눈길로 좇는다. 소고기뭇국을 끓이고, 멸치를 볶는 뒷모습, 손녀를 돌보기 위해 급히 집을 나서는 종종걸음, 텃밭에서 야채를 가꾸는 웅크림 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할머니는 누군가를 돌보는 삶이 자신의 보람이라고 말하지만, 카메라를 든 감독은 어쩐지 그것이 석연치 않다. 감독이 할머니에게 진짜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지금 내 나이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어?” <열네 살, 옥이>의 구성이 소박하지만 그럼에도 단조롭지 않은 것은, 카메라 너머 대상을 알고자 하는 감독의 성실한 추적과 사랑이 단단히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현민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