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람을 대담하게 만든다. 같은 반 남학생 다토에를 짝사랑 중인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실수를 가장한 행동으로 다토에와 접촉한다. 그렇게 잠깐의 대화는 가능했지만 그의 마음을 얻기란 요원하다. 다토에에겐 오래 관계를 이어 온 여자 친구 미유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한밤중 교실에서 연인 사이의 편지를 손에 넣은 후 삼각관계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오묘하게 일그러진다. 다토에를 향한 욕심과 미유키를 향한 호기심은 아이를 더 과감해지게 한다.
슈토 린 감독의 두 번째 장편 <히라이테>는 하이틴 로맨스의 전형들을 가뿐히 무시한다. 삼각관계라는 익숙한 소재를 동반하지만 이성애 중심의 서사를 거부하고, 청소년들의 사랑을 다룸에도 섹슈얼리티를 적극적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추구하는 자극은 말초적인 것에 머물지 않는다. 대신 성 경험을 포함한 어린 날의 사랑이 자아를 둘러싼 껍질을 깨도록 이끌 수 있음을 암시한다. 감독은 어둠을 달리는 자전거, 벚꽃처럼 흩날리는 종이학들과 같은 이미지로 청소년기의 위태로움을 소중히 돌보기 또한 잊지 않는다.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으로 당대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가 와타야 리사의 소설이 원작이다. [남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