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연인이었다가 갑작스럽게 갈라진 나오미와 크리스는 10여 년 뒤 재회한다. 그동안 나오미는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은 대학 교수가 되었고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크리스는 성전환을 했다. 가벼운 저녁 데이트로 시작된 이들의 대화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짐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과거의 꿈에 대한 회환을 거쳐 점점 어둡고 복잡한 과거의 비밀과 속내의 폭로로 이어지게 된다. 

마리 워커의 <다시 만나길>은 러닝타임 대부분이 두 주인공의 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따라간다는 점에서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단지 두 주인공 모두가 시스젠더 백인이었던 ‘비포’ 시리즈와는 달리 나오미는 동아시아계 시스젠더 여성이고, 크리스는 이란계 트랜스젠더 여성이다. 이 둘의 관계는 일본계 혼혈인 트랜스젠더 여성인 감독 마리 워커와 한때 워커의 룸메이트였고 제작자이며 공동 각본가인 크리스틴 우노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뒤늦은 화장법 따라잡기와 같은 가벼운 정보, 성전환 이후 체험한 갑작스러운 성차별, 결혼과 출산이 여성의 커리어에 끼치는 영향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두 작가의 실제 경험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실제 이란계 트랜스여성인 푸야 모세니와 중국계 배우인 린 첸의 연기 역시 각자의 당사자성을 반영한다. [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