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있는 세상에서 사는 이길보라 감독과 동생 광희에게 첫 언어는 말이 아니라 손짓이었다.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사는 청각장애자 부모로부터 태어났기 때문이다. 입 대신 손으로 옹알이를 시작했던 어린아이가 부모의 품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면서 침묵의 세계가 아닌 소리가 넘쳐나는 세계를 겪게 될 때 얼마나 낯설고 혼란스러웠을까?

이십 대에 들어서야 부모에게 청각이 없다고 해서 ‘소리’까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해하게 된 딸은 그 고요하고 특별한 세상을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통해 감독은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의의 다리 노릇을 하려 한다.

가족이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반짝반짝 불이 들어와 기뻐하며 둘러앉은 자리에 관객들을 초대한 이 영화는 스크린 가득 고요하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커다란 박수소리로 시작한다. 이 새로운 감각의 세계, 보고 만지고 느끼는 눈부신 소리의 세계를 관객들과 한마음으로 반짝이는 박수로 맞이하고자 한다. [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