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밤거리. 땅에서는 자동차 불빛이 꼬리를 물고 공중에는 현란한 네온 불빛이 넘실대지만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너무 생생한 거짓말 같다. 이 곳에서 세 명의 여성이 서로를 뒤쫓고 유혹하며 저항한다. 또 서로에 대한 환상을 갖는다. 거대한 가상공간으로 변한 대도시 홍콩은 이들의 게임과 비밀, 함성과 눈물을 위한 완벽한 공간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찬(Made-in-China Chan)’이라는 뜻인 찬콕찬은 컴퓨터 게임의 가상공간에서 스트립댄서로 일하고 있지만 늘 두통에 시달린다. 광고회사 간부로 일하는 니콜은 돈과 권력이 있지만 잠을 이루지 못한다. 불면증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찬콕찬이 출연하는 사이버 스트립쇼를 보는 것이다. 제로는 무일푼으로 노숙자 합숙소에서 밤을 보낸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고 그것을 얻으려는 의지도 확고하다. 기린을 동경하는 제로는 우연히 마주친 찬콕찬에게 정감을 느끼고 그녀를 뒤쫓기 시작한다.
 이 세 명의 여성들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같은 공간에 잠시 함께 머무르기도 한다. 마치 인터넷으로 연결된 가상공간의 네티즌처럼. 이 사이버 공동체가 그녀들의 욕망과 추구를 성취시켜 줄 수 있을까? 이미 사이버 스페이스가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된 현대인에 대해, 여성의 눈을 통해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 (남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