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여자들은 언젠가부터 멍들고 피 흘리는 몸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그중에는 임신한 이들도 있었다. 몸에 남은 폭력의 흔적은 명확했지만 남자들은 여자들의 말을 헛된 망상쯤으로 치부했다. 마을의 남자들이 전부 도시로 떠난 날, 여자들은 세 가지 선택지를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 남아서 싸우기, 떠나기. 〈위민 토킹〉은 평생 침묵을 강요당한 여성들이 처음으로 자기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며 그들의 미래를 건 중대한 결단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니 삐걱대는 게 당연하다. 이들이 겪은 폭력과 학대는 일목요연한 언어로 정리되지 않는다. 트라우마로 인한 반응 또한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면 말할수록 계속 갈등하고 부딪치는 이 여성들은 고통에 맞서고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끝내 자기 말을 내뱉고 언어를 잇기 위해 노력한다. 중얼거림과 비명을 넘나드는 그 말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믿으며 삶의 지혜와 애정을 타인과 나누는 도구이자 무기가 된다. 2011년 볼리비아 메노파 공동체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미리엄 테이브즈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마취제를 이용한 집단 성폭력 사건을 다루지만 가해행위는 물론 가해자의 모습조차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프랜시스 맥도먼드, 루니 마라, 클레어 포이, 제시 버클리 등 쟁쟁한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세라 폴리의 네 번째 장편영화. [손시내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