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해방자를 환영합니다.” 〈안토니아스 라인〉의 초반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6살짜리 딸 다니엘을 데리고 어머니의 농장이 있는 고향에 돌아온 안토니아의 뒤편으로 낙서 된 건물이 잠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분명 전쟁 상황과 관련된 언급일 테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안토니아의 등장과 ‘해방’이란 단어를 연결하지 않기도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보수적인 기독교 마을에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며, 서로 돌보고 지키는 단단한 공동체를 만들어 낸 강인한 여성. 주류 사회에 소속되지 못한 다양한 이들이 안토니아의 식탁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는다. 이곳에선 ‘가족’의 의미 자체가 변한다. 〈안토니아스 라인〉이 진정 해방의 영화라면, 양육이나 성욕처럼 기존의 가부장제 가족 아래서 관리되고 통제되어 오던 요소들을 틀 바깥에서 자유롭게 만끽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했다는 측면에서 그러할 것이다. 남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여성들과 아버지 없는 딸들은 더 열성적으로 사랑하고, 아이를 기르며, 자기만의 능력을 찾아간다. 영화는 판타지적인 장면을 통해 유머를 더하면서도 현실의 서늘함과 삶의 허무까지 한껏 껴안으려 한다. 그렇게 죽음 또한 생의 일부가 되어 안토니아의 세계를 채운다.  [손시내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