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가득한 재떨이, 위스키병과 술잔이 놓인 책상. 주인공 재이(한해인)의 방안 풍경에는 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다. 숨을 참고 잠수하듯 깊숙이 글 속으로 들어가 문장과 문장을 짓고 기진맥진하게 글에서 빠져나와 늦게 잠드는 재이는 촉망받는 젊은 소설가다. 막 두 번째 소설을 마친 재이가 방에서 나오자, 동거 중인 건우(이한주)가 아침을 차리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건우는 그녀의 끼니를 챙길 뿐 아니라 창작활동까지 지지하는 따뜻한 동반자다. 소설가 재이와 영어학원 초등부 선생님 건우는 어쩌면 일하는 분야가 달라 서로를 더 존중하고 아끼는 사이다. 하지만 둘 사이 균형은 점점 무너지기 시작한다. 계획에 없던 아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건우는 아이를 낳길 원하지만, 재이는 임신과 함께 사라져간 선배들을 떠올리며 출산을 거부한다. 입에 대던 술도 끊지 않고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수성못〉(2017)으로 유명한 유지영 감독이 여성의 창작활동과 출산 사이의 반 비례성을 탐구한 보고서다. 임신으로 인한 신체 변화는 물론, 날카롭게 쏟아지는 세간의 참견, 그리고 변함없이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여성만이 느끼는 초조함까지, 여성에게 가장 복잡한 문제인 임신을 예민하게 그려냈다. 제57회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프록시마 경쟁 부문 대상작. [배동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