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남성만의 세계로 여겨졌던 영화계는 이제 프로듀서, 감독, 촬영, 편집, 홍보 등, 제작 및 배급의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박경희 감독의 <미소>는 이러한 여성들의 능력과 노력이 일정 궤도에 올라섰음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삶의 부조리함과 고통에 대해 깊이 통찰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렀을 때 떠오르는 반가사유상의 미소에 착안한 이 영화는 갑작스러운 삶의 위기를 맞은 한 여성의 행로와 선택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사진가인 소정은 어느 날 자신이 튜블러 비전, 즉 망막색소변성증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시야가 계속 좁혀 들어가 실명에 이를 수도 있는 병이다. 그러나 실명의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삶이 불확실해지고 마음이 불안해지자 그녀는 애인 지석과의 유학 계획도 취소한다.
튜블러 비전, 가족, 미소, 비행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소정의 행로를 따라 그녀가 속한 현실과 그녀 내면의 열망을 비춘다. 그녀가 관계 맺는 현실은 그녀에게 이유 없이 찾아온 튜블러 비전만큼이나 답답하고 부조리하다. 소정은 할머니의 장례로 인해 고향집에 한동안 머문다. 짐짓 평온한 듯한 가정이지만 가족들은 각자의 고통에 외롭게 시달리고 있다. 그러한 상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갈등과 폭력을 안고 있어, 잘라 낸 나무 둥치가 삐죽이 솟은 채 남아 있는 흉물스러운 증조부 무덤처럼 불길하다. 애인인 지석도 소정의 답답한 비전을 치유하거나 보충할 능력이 없다. 소정이 만난 비행 교사도 삶의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다.
소정이 부딪히는 현실의 절대적인 한계는 그것을 넘어서려는 소정의 내적 열망을 역설적으로 부각한다. 소정은 시력을 잃어 가지만 천여 년 동안 어둠 속에 잠겨 있던 경주의 고분 속에서 비상하는 여신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소정 또한 홀로 비상을 꿈꾼다.
빛과 암전을 적절하게 호흡하는 이미지는 성찰적인 영화 내용을 농축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젊은 영화 작가 두 명이 각각 프로듀서와 배우로 참여함으로써 박경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을 지지했다. 자본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제작자에서 젊은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모아 낳은 <미소>는 한국영화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남인영)
PROGRAM NOTE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남성만의 세계로 여겨졌던 영화계는 이제 프로듀서, 감독, 촬영, 편집, 홍보 등, 제작 및 배급의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박경희 감독의 <미소>는 이러한 여성들의 능력과 노력이 일정 궤도에 올라섰음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삶의 부조리함과 고통에 대해 깊이 통찰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렀을 때 떠오르는 반가사유상의 미소에 착안한 이 영화는 갑작스러운 삶의 위기를 맞은 한 여성의 행로와 선택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사진가인 소정은 어느 날 자신이 튜블러 비전, 즉 망막색소변성증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시야가 계속 좁혀 들어가 실명에 이를 수도 있는 병이다. 그러나 실명의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삶이 불확실해지고 마음이 불안해지자 그녀는 애인 지석과의 유학 계획도 취소한다.
튜블러 비전, 가족, 미소, 비행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소정의 행로를 따라 그녀가 속한 현실과 그녀 내면의 열망을 비춘다. 그녀가 관계 맺는 현실은 그녀에게 이유 없이 찾아온 튜블러 비전만큼이나 답답하고 부조리하다. 소정은 할머니의 장례로 인해 고향집에 한동안 머문다. 짐짓 평온한 듯한 가정이지만 가족들은 각자의 고통에 외롭게 시달리고 있다. 그러한 상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갈등과 폭력을 안고 있어, 잘라 낸 나무 둥치가 삐죽이 솟은 채 남아 있는 흉물스러운 증조부 무덤처럼 불길하다. 애인인 지석도 소정의 답답한 비전을 치유하거나 보충할 능력이 없다. 소정이 만난 비행 교사도 삶의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다.
소정이 부딪히는 현실의 절대적인 한계는 그것을 넘어서려는 소정의 내적 열망을 역설적으로 부각한다. 소정은 시력을 잃어 가지만 천여 년 동안 어둠 속에 잠겨 있던 경주의 고분 속에서 비상하는 여신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소정 또한 홀로 비상을 꿈꾼다.
빛과 암전을 적절하게 호흡하는 이미지는 성찰적인 영화 내용을 농축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젊은 영화 작가 두 명이 각각 프로듀서와 배우로 참여함으로써 박경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을 지지했다. 자본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제작자에서 젊은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모아 낳은 <미소>는 한국영화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남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