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올해 25주년을 맞이해 RE:Discover를 키워드로 여성영화제와 여성영화사를 돌아보고 여성영화 걸작을 재발견, 재조명하는 특별전을 마련한다. 이 섹션에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 소개돼 온, 또는 여성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준 여성영화를 소개한다. 이는 단지 기념과 회고의 자리만이 아니라, 여성영화의 정전으로 꼽히는 작품을 통해 당대의 문제의식을 새롭게 다시 보고 여성서사가 진화해 온 궤적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22년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 사운드』의 ‘최고의 영화’ 설문에서 1위에 오르며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샹탈 아커만의 〈잔느 딜망〉(1975)은 1970년대 페미니즘 영화의 역작으로, 주부의 일상을 통해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과 경제적 착취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80년대 미국 독립영화사에서 가장 급진적인 영화로 평가되는 리지 보든의 〈불꽃 속에 태어나서〉(1983)는 혁명 이후의 근미래 사회에서도 여전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여성들의 투쟁을 담고 있다. 사회적 통념상 인정받기 어려운 사랑의 감정에 빠져드는 중년 여성의 심리와 여성을 둘러싼 관습적 편견을 세심하게 그려낸 아녜스 바르다의 〈아무도 모르게〉(1988), 평등과 존중을 토대로 한 이상적인 모계 중심의 공동체를 만날 수 있는 마를레인 호리스의 〈안토니아스 라인〉(1995), 서부극 양식을 여성서사로 재구성한 켈리 라이카트의 〈믹의 지름길〉(2010)도 상영된다. 최근 복원돼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대만 감독 리메이미의 〈미혼모들〉(1980), 인물들 간의 관계 역학과 권력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드러내는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2002)이 지금의 관객과 새롭게 만날 예정이다. [황혜림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