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들어가서 처음 맨 빨간 책가방. 처음에는 예쁜 색깔이라고 생각했지만, 문뜩 남학생들이 맨 책가방은 검은 색이라는 것을 깨닫고 시작된 위화감.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코바야시 타카마사는 중학교에 들어가던 열네 살 때 성별불쾌감(gender dysphoria, 타고난 생물학적 성별에 대한 불쾌감) 진단을 받고, 이를 근거로 학교에서 남학생으로 대해줄 것을 설득해서 인정받는다. 카메라는 그로부터 3천 일 동안, 타카마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을 기록해 나간다. 여기까지만 보면 FTM(female to male), 혹은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의 자아 찾기 여정 항목에 추가되는 또 한 편의 영화인 것 같지만, 이 영화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남성과 여성 등 이분법적 젠더 구조 안에 안착하지 않는 주인공의 젠더 정체성 찾기의 여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의 제목 <소라와, 코노미와 空と、木の実と>는 주인공의 여자 아이 시절 이름 소라(空)를 다른 독음으로 읽고, 거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성우의 이름 한 글자를 차용해 만든 타카마사(空雅), 이 두 이름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소라/타카(空)를 한편에 두고, 또 이러한 성별 이분법 너머의 남성/여성이 아닌 제로로서의 새로운 젠더 정체성, 젠더X를 받아들이고 난 이후 새 이름 코노미(木の実)를 함께 보여주며 젠더 매트릭스를 넓히며 나아간 주인공의 여정에 관객을 초대한다. [황미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