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단편 <오 루시!>를 테라지마 시노부, 미나미 카호, 조쉬 하트넷, 야쿠쇼 코지, 쿠츠나 시오리 등의 호화 캐스트와 함께 장편으로 재작업한 작품으로, 2017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었다. 고요하지만 불만족스러운 일상을 살아가던 중년의 사무직 여성인 세츠코가 우연히 수강하게 된 영어 학원 수업에서 금발 가발을 쓰고 루시라는 이름을 받게 되면서 감정의 동요를 겪고 이전과 다른 욕망을 자각한다는 단편의 내용은 영화 큰 변화 없이 영화의 전반부로 들어가 있고, 세츠코/루시가 사라진 영어 강사와 조카를 쫓아 미국여행에 나서게 된다는 내용이 영화의 이후 내용을 이룬다. 덧붙여진 미국여행이 드러내는 것은 서투르고 미성숙한 세츠코의 모습과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이다. 가발을 쓰고 루시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허그를 하며 미국식 인사를 배워도 세츠코는 다른 사람이 되지 못한다. 삶의 활력인 줄 알았던 영어 강사 조쉬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남자였을 뿐이다. 세츠코의 파격적인 변신의 모습들은 세츠코가 오래된 과거와 자신을 상처 주는 관계에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절연되고 오래 일했던 직장도 그만둔 세츠코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제 진짜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황미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