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여성의 욕망이 가부장제에 부딪혀 죽음으로 향하는 멜로드라마가 남성중심적 판타지라고 한다면 남성의 판타지는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남편>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해답을 찾는다. 아내의 친구 여옥에게서 진해 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는 남편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대학교수 재훈은 여옥과 함께 진해로 향한다. 때마침 진해에는 군항제가 한창이라 잠자리를 구할 수 없다. 뒤늦게 방 하나를 구해 여옥에게 쓰게 하고 자신은 창고에서 새우잠을 청하지만 아내와 대비되는 여옥의 고혹적인 이미지는 지워지지 않는다. 여옥에 대한 잠재된 갈망을 체면으로 눌러보지만 절대화된 일부일처제의 신앙을 수호해야 한다는 지식인 남성인 윤리는 창고의 새우잠에 동참한 망나니 제자의 부추김에 손쉽게 무장을 해제한다.
 유부남 유부녀가 감정을 교류하는 총총한 발걸음 위로 흐르는 새마을 노래가 가리키듯이 <남편>은 70년대 한국사회의 국가주도적 가족정책을 예고한 교화적인 작품이지만 영화에서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는 남성의 판타지를 문제삼은 점은 흥미롭다. 재훈의 판타지는 여옥을 요조숙녀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요부로 착각하게 하고 우리시대 가부장은 참으로 드물게 여성관객들에게 웃음거리를 선사한다. 60년대 대중영화를 풍미하던 멜로드라마가 코미디를 만나 아슬아슬한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합성한다. (남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