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들: '룸'의 성정치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영화계 내 성평등과 여성주의의 확산, 성인지 감수성 증대를 목표로 매년 여성주의의 현안들을 선정해 관련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다. 올해 서울국제영화제 쟁점들 부문에서는 ‘룸’의 성정치라는 이름으로 #미투 운동, 디지털 성범죄, 여성의 임파워링에 이르는 이슈들을 되짚어본다. 이른바 버닝썬 사태로 촉발된 클럽 내 성추행, 마약까지 동원된 강간, 성접대, 유명 연예인들이 모여 있다는 단톡방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던 디지털 성범죄, 그리고 장자연 사건의 전면 재수사 요구와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의 재점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룸’을 정치화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오랫동안 이 ‘방’ 안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거래 대상으로 삼아 은밀하게, 때로는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공유하고, 그렇게 형성된 남성 카르텔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해왔다. 그러나 그 ‘방들’은 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둬야 하는 사적 공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 남성권력의 밑바닥을 형성해 온, 그 어느 곳보다 공적이며 정치적인 공간이다. #미투 운동,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에 맞서는 여성들의 운동은 견고한 권력 공간인 이 ‘방’을 문제시하고, 그 벽을 허무는 여성들의 투쟁이다. 하비 와인스타인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실상, #미투, 디지털 성범죄, 직장과 가족 내 성폭행과 성차별적 문화를 고발하는 영화들, 그리고 여성들의 임파워링을 보여주는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올해 쟁점들에서 선보이는 영화들은 그 동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룸’의 성정치를 드러내고 이 닫힌 공간을 열어젖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배주연 / 프로그래머
배주연 /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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